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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책방/책

책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책<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책<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표지]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저자는 본명이 아닌 필명 '나쓰카와 소스케'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작가의 이름을 합친 펜네임으로 '나쓰는 나쓰메 소세키, 카와는 가와바타 야스나리, 스케는 야쿠타카와 류노스케, 소는 나쓰메 소세키의 단편 <풀베개>에서 따왔다.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는 나쓰카와 소스케의 첫 번째 판타지 소설로 <은하철도 999>의 모티프가 되었던 <은하철도의 밤>의 21세기판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큰 화제가 되었다.


책을 사랑한 한 아이와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

주인공 나쓰키 린타로는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서점을 하는 할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그런데 학교에 가지 않고 서점에 틀어박힌 채 하루 종일 책만 읽는다. 어느 날, 할아버지는 돌아가자 린타로의 고모는 서점을 정리하고 함께 살자고 한다.

린타로도 그렇게 할아버지를 잃은 슬픔과 정든 서점이지만 접기로 마음을 정리하던 중,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고양이는 자신을 볼 수 있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라고 하며, 린타로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한다. 책을 지켜주라고 말이다.


세상에서 책을 없애려는 3명의 괴인들

린타로는 고양이와 함께 책을 지키러 떠난다. 책방과 이어져 있는 비밀 통로를 통해 책을 없애려는 자들이 있는 미궁 속으로 들어간다.

첫 번째 미궁에서 만나는 괴인은 바로 <세상의 모든 책을 모아 가두려는 사람>이다. 그는 읽은 책의 수로 경쟁하는 지식인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두 번째 미궁에서는 <책의 중요한 부분만 자르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학자이며 책은 줄거리나 중요한 부분만 읽으면 된다고 주장한다. 세 번째 미궁에서는 <책을 팔아서 이익만 올리는 사람>을 만난다. 그는 출판사 사장이다. 


린타로는 이 미궁 속에서 그들을 만나 가둔 책을 해방하도록, 자르지 않게, 이익만 좇지 않도록 설득해야 한다. 설득에 실패하면 세상의 모든 책은 가둬지게 되거나 잘리게 되거나 이익만을 위한 책만이 만들어지고, 심지어 미궁 속에 갇힐 수 있는 위험에 빠지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린타로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순수하게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에게 배웠기 때문이다.


책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

이 세 명의 괴인들은 책의 고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 그리고 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말한다. 사실 그들은 책을 좋아했었다. 단지 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이들은 린타로의 순수함을 통해 책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닫게 된다. 린타로는 어떻게 그들을 설득했을까? 


흥미로운 점은 린타로도 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3명의 괴인은 세상 속 책을 잘못 대하고 있는 사람들을 대변한다. 그들이 곧 세상인데, 린타로는 그들을 변화시켰다. 즉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결말을 가져다 준다. 책을 읽는 내내 괴인과 린타로, 이들의 이야기들은 신선한 충격을 준다.


어쩌면 책을 읽는 우리들도 괴인 중 한 명이라면?

미궁 속에서 등장하는 3명의 괴인들의 모습은 어쩌면 우리의 모습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심지어 3명의 괴인들의 모습이 나에게 모두 투사되기도 한다. 린타로가 그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와 이야기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책을 필 때면, 그 책 속으로 들어가는 엄청난 몰입감을 느낀다. 나는 여러 번 걸쳐 책을 읽는데, 이 책은 단 번에 읽어냈다. 린타로의 순수함을 통해 내 마음 속에 있는 괴인의 모습들이 정화되는 것만 같았다. 책을 순수하게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나는 여전히 책을 볼 때면 린타로가 떠오른다. 요즘도 책을 고르고, 펼치고, 읽고 있는 나는 괴인이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혹은 사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장한다. 



당신은 괴인인가? 린타로인가? 궁금하다면 책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