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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저모

아빠어디가/슈퍼맨이 돌아왔다, 그 다음은?

- 아버지와 자녀의 여행 에피소드를 담은 <MBC 아빠어디가> 

- 유아의 사랑스러움을 부각하는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

-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관찰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이어 가족 컨텐츠까지, 요즘 방송가의 트렌드는 바로 이 '가족'이더라구요.

한국컨텐츠진흥원 2015.06-07 방송 트렌드 & 인사이트 리포트에 경희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 홍지아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와 사회적 의미>라는 컨텐츠 리뷰를 읽었습니다.

어떤 부분에는 굉장히 공감도 가지만, 개인적인 리뷰인만큼 정반대의 생각을 가진 부분도 있더라구요. 리뷰 중에 일부분을 가져와봤습니다.

<육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진화와 사회적 의미 _ 홍지아>

현대사회에서 미디어가 가장 중요하게 기능하는 공간은 일상세계이다.(Silverstone,1999).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자신도 의식하지 못할만큼 끊임없이 미디어에 노출되며 미디어를 소비한다. 마주앉은 상대와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눈과 손은 스마트폰에 고정된 채로 인터넷 검색이나 SNS에 바쁜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과거의 미디어가 신문이나 지상파 방송, 잡지 등의 제한된 형태로 정치나 경제, 국제관계 등의 거시적인 정보 전달에 주력했다면 오늘의 미디어는 거시적 정보전달과 함께 독자 및 시청자, 수용자들의 피드백과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거대 담론형성의 장으로 작용하며 동시에 개인적 일상 구석구석의 작은 부분도 세세하게 관여한다.

대중매체의 관심 대상으로서의 아기와 어린이
아기와 어린이라는 존재가 그저‘ 작은 어른’이 아닌 특별한 관심과 사랑, 교육의 대상이라는 인식이 등장한 것은 근대 이후이다. 근대의 산업혁명은 자본과 기업의 등장으로 이어지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훈련된 노동인력을 키워내기 위한 교육기관이 등장한다. 의무화된 교육기간이 길어지면서 어린이는 그만큼 관심과 교육, 배려가 필요한 존재가 되었고 미래의 산업인력으로 어린이를 잘 교육하는 일은 부모의 가장 큰 의무가 되었다.

특히 근대화와 식민화를 함께 경험한 한국사회의 경우 식민의 굴욕을 씻어주고 새로운 선진국가를 건설할 희망의 주체로 어린이가 호명되면서 어린이 교육은 개인은 물론이고 대중매체의 주요관심사가 되었다.
근대 초기 한국사회의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 가운데 하나인 잡지 <신여성>1)은 신여성의 첫째 의무로 근대적 자녀교육을 제시하며 이에 필요한 각종 전문지식의 전달에 아낌없이 지면을 할애한다. 태중의 아기와 유아를 건강하게 키우는 산부인과와 소아과의 전문 지식, 유아의 정신건강 및 조기교육에 필요한 육아심리 및 교육에 대한 정보가 비중 있게 제시된다. 국민, 특히 교육받은 여성이 극소수이던 시절, 대중매체는 전문가의 권위로 일반 대중을 압도한다. 기사는 단호한 어투로 어린 자녀를 ‘새사람’으로 키우기 위한 부모의 할바를 제시 하는데‘ 이를 따르지 않는다면 자녀의 일생을 망치게 될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도 드물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연구공간 수유+너머, 2005).

과거의 미디어가 무지한 부모를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권위적인 정보전달자인 동시에 교육자였다면 현대의 미디어는 다양한 채널환경에서 임신과 출산,육아의 전 과정에 걸쳐 부모의 수요를 조사하고 필요를 채우는 적극적인 정보제공자이다.

그런가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가상 실재 프로그램으로 육아의 경험을 대리체험하고 타인의 육아를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2003년 시작되어 10년 여의 시간동안 방송된 EBS <부모>와 SBS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2011년)가 육아 전문프로그램으로 부모에게 아동의 문제행동을 고칠 수 있는 육아법을 전달하는데 주력했다면, 지상파 3사의 일요일 오후에 집중 편성된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KBS2, 2013~)>, <일밤-아빠! 어디가?(MBC, 2013~2015)>, <일요일이 좋다-아빠를 부탁해(SBS, 2015~)>는 자녀의 연령은 다르지만 자녀와 부모, 그 가운데서도 아빠와의 관계에 집중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종영된 <아빠! 어디가?>는 아버지가 자녀와 오지탐험을 하면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룬다는 설정2)으로 자녀의 연령대가 다소 높다. 방송인 김성주, 배우 성동일, 가수 윤민수 등이 시즌1에 출연하였으며 자녀의 나이는 5살~초등 저학년으로 여행을 하기에 무리가 없는 연령대로 설정되었다. 2년에 걸쳐 시즌1과 2로 나뉘어 방송된 프로그램은 살림과 자녀돌보기에 서툰 아버지들이 보여주는 육아 해프닝,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천진함, 아이들이 경험하는 야외체험 활동의 즐거움이 프로그램의 주요 매력으로 제시되었다. 또한 50회차의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마냥 어리고 어설펐던 아이들이 여행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부모의 수고를 이해하며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프로그램의 큰 장점으로
지목되었다. 아이들이 프로그램에서 보여준 이른바‘ 먹방’을 계기로 라면 광고에 출연한 것에 대한 시청자의 비판, 은연 중 자녀를 차별대우하는 아버지에 대한 질타 등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이 없지는 않았으나 전반적으로 육아예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감, 이해하고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아빠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3~5살의 유아와 아버지를 등장시킨다. 주 양육자인 여성 대신 48시간동안 연예인 아버지 혼자 3~5살 연령대의 어린 자녀를 돌본다는 설정으로 배우인 엄태웅과 딸 지온, 프로파이터 추성훈과 딸 사랑이, 배우 송일국과 대한, 민국, 만세 아들 삼둥이, 개그맨 이휘재와 서언, 서준 아들 쌍둥이가 출연한다. 프로그램의 전면에 부각하는 것은 아직 의사표현이 서툴고 아장아장 걷는 유아들의 사랑스러움이다. 송일국, 추성훈,이휘재, 엄태웅 네 아빠는 각자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스타급 연예인이지만 한창 손이 많이 가는 아이를 돌보는 일에 쩔쩔매거나 아이의 사랑스러움에
감격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유아의 나이가 어린 관계로 촬영의 상당부분은 집이나 가까운 공원, 식당, 동네병원 등에서 이루어지며 자녀와 아빠가 함께 하는 일 역시 특별한 이벤트도 있지만 아이 밥 먹이기, 친구 집에 놀러가기 등 일상적 활동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이들의 사랑스러움 못지않게 시청자들을 사로잡는 것은 초보 아빠, 젊은 아빠들이 아이를 돌보면서 스스로 아버지로서의 인생의 무게를 배워가는 모습이다.

특히 어려서 아버지를 잃은 엄태웅이 딸의 작은 성취에도 눈물을 보이며 감동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으며 다른 젊은 아빠들이 아이를 통해 자신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는 모습 등도 아이를 키우는 어느 가정, 어느 부모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는다.
<아빠를 부탁해>는 시청률이 검증된 부성실천의 콘텐츠를 성년이 된 딸과 아버지의 관계로 확장한 프로그램이다. 어른이 되었지만 아버지의 눈에는 아직 어려보이는 딸과 무뚝뚝한 아버지에게 거리감을 느끼는 딸의 일상을 리얼리티 형식으로 다루며 앞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다.
부모와 자녀가 등장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 그 가운데서도 어린 아기와 유아가 등장하는 프로그램의 시청매력은 어린 자녀의 사랑스러움, 아버지의 아버지 되기의 보람에 더해 부모와 자녀의 관계가 성장하는 모습이다. 초보아빠, 일로 바빠 자녀들과 함께 할 시간이 없는 중년의 아버지들이 자녀와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관계가 회복되는 것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사는 것이다. 그에 더해 저출산 시대에 접어들며 가까이에서 보기 힘들어진 귀여운 아기들의 모습이 어느 스펙터클 못지않은 볼만한 거리로 전시되는 점 또한 주목해야 할 것이다.